사공보다 많은 산 (2022)

김아영 (강원트리엔날레 큐레이터)

이은우 작가의 영상 작업에는 진부의 산길 풍경을 담은 이미지가 가벽 위에 설치되어 있다. 각각의 작은 이미지들은 픽셀화되어 큰 이미지로 합쳐진다. 이렇게 탄생된 이미지들은 조립, 분해가 가능한 것이다. 영상은 진부에 사는 노인과 아이가 등장해 서로를 도와 픽셀화된 이미지를 제거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작품명인 “산이 많고 들은 적으며, 사람들의 성품은 부드럽고 삼간다. ” 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집필한 인문 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1751)에서 강원도에 대해 기술한 문구를 따온 것이다. 이 책은 사람이 살기에 좋은 지리적 요건을 갖춘 곳을 실학적 입장에서 서술한 것인데, 이를 통해 강원도의 자연과 사람을 바라보는 당시 실학자의 관점을 알 수 있다.

작가가 진부 지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접한 두 편의 보고서 ‘강원도의 인구구조 실태와 대응’ (2017, 강원연구원) ‘인구구조 변화 대응 실태 1’(2021_감사원)는 최근 강원도민의 이주 현황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들은 지역주민감소에 대한 대비책으로 강원도의 변화의 필요성을 웅변하고 있는데, 변화라는 명목하에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며 작가는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일까? 무엇을 후대에게 전해 주어야 할까? 그리고 후대는 그의 후대에게 무엇을 전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진부에서 노년층과 초등학생 수가 줄어든 통계를 접하면서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촛불을 든 할머니와 소년 Old Woman and Boy with Candles_을 떠올렸다고 한다. “아이는 노인에 기대며, 노인은 아이를 안내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진부에 사는 할아버지와 어린 소녀가 등장하는 영상 작업으로 풀어냈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품명인 “산이 많고 들은 적으며, 사람들의 성품은 부드럽고 삼간다”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집필한 『택리지(澤里志)』(1751)에서 강원도에 대해 기술한 문구를 따온 것으로, 이를 통해 사람이 살기에 좋은 지리적 요건을 갖춘 곳을 서술한 실학자의 인식은 작가가 소망하는 강원도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보인다.

오늘날 변화 라는 명목하에 강원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목도하며 작가는‘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일까? 무엇을 후대에게 전해 주어야 할까? 그리고 후대에게 무엇을 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품 속 픽셀화 된 풍경이미지는 마치 조립 가능한 자연이라는 인식을 상기시킨다. 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할아버지와 소녀의 행위는 결국에는 무엇을 후대에게 전달해야 하는가하는 작가의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