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2018)

작가 노트

히키코모리는 일본에서 시작된 사회현상으로,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고 방 안에 은둔하는 극단적 고립의 형태를 가리킨다. 한때 이 현상은 특정한 개인의 병리로 읽혔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의 변화는 이 개념을 다시 읽게 한다. 네트워크는 확장되었고 연결은 더 쉬워졌지만, 바로 그 과잉 연결의 시대에 스스로를 차단하고 물러설 가능성 또한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누구나 익명으로 존재할 수 있고, 누구나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히키코모리는 더 이상 예외적 존재의 이야기가 아니다.

설치 작품 〈히키코모리〉는 2018년 독일 마인츠의 전시 공간 아포테케(Apotheke)에서 선보였다. 아포테케는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면 유리 공간으로, 관객은 투명한 유리 벽을 넘어 거리에서 내부로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공간 중심에 놓인 밀폐된 구조물은 영원히 열리지 않는다. 관객은 공간 안으로 들어와 내부의 원형 기둥을 마주하지만, 기둥에서부터 케이블로 연결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온 모니터들은 오직 분절된 데이터만을 송출할 뿐이다.

관객은 외부에 부착된 키보드를 통해 내부와 소통을 시도한다. 하지만 견고한 벽 너머에 실제로 누군가 존재하는지, 혹은 자동화된 시스템만이 작동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모니터에 출력되는 답변의 기원은 끝내 불분명하며, 그 상태는 해소되지 않은 채 불확정과 익명으로 남는다. 실제로 그 안에는 한 명의 수행자가 격리되어 실시간으로 응답하고 있지만, 관객에게 그 진실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 주체는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의 경계에서 오직 텍스트라는 흔적으로만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

이 익명의 구조는 이 작품만의 것이 아니다. 디지털 네트워크 안에서 우리는 매일 수많은 익명의 존재들과 마주한다. 그 너머에 누가 있는지, 실재하는 인간인지 자동화된 알고리즘인지 — 우리는 알지 못한 채 소통의 형식 안에 머문다. 히키코모리적 고립은 이제 특정한 방 안에 갇힌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익명성이 일상화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우리 모두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실존의 조건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 그리고 그 연결 너머에 실제로 누가 있는가.


전시 서문
Dr. Justus Jonas

독일어 원문에서 번역

아포테케(Apotheke)는 마인츠 예술대학교의 도심 속 쇼윈도이다. 거리에서만 들여다볼 수 있는 90제곱미터의 유리 비트리네(Vitrine) 공간으로, 예술가들에게는 도전의 장소이자 행인들에게는 볼거리가 되는 예술적 무대이다. 이곳에서는 마인츠 예술대학교의 교수, 학생, 초청 게스트들이 자신의 작업을 선보일 수 있다. 전시는 관람객이 실제로 입장하지 않더라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며, 지나가는 이들이 언제든 작품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베르니사주와 같은 오프닝 행사나 — 현재 전시의 경우처럼 — 사전에 공지된 퍼포먼스 일정 혹은 사전 예약을 통한 방문도 가능하다.

현재 전시 중인 두 한국인 예술가 이은우와 허내훈의 설치 작품은 <히키코모리>라는 제목을 담고 있다. 일본어로 히키코모리는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들”을 뜻한다. 정신의학적 정의에 따르면, 이 용어는 부모의 집을 떠나기를 거부하고 최소 6개월 이상 가족과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자발적 고립과 사회적 소외라는 이 현상은 처음 일본에서 확인되었으나, 이후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통상 십대 시절 등교 거부와 함께 시작되는 이 현상은, 오늘날 사회적 기대에 압도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이들을 내면으로의 후퇴와 대인 기피로 내몬다. 현재 추정 인원은 50,000명에서 1,600,000명 사이를 오간다.

전시의 중심에는 바퀴 달린 이동식 공간이 놓여 있다. 아포테케의 축소된 평면도를 기반으로 제작된 일종의 밀폐된 이동형 주거 캐빈으로,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이 거주하며 구조물의 위치를 이따금 옮기지만 결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천장에서 내려온 케이블은 기둥에 부착된 여러 대의 모니터와 연결되어 있다. 이 모니터들은 안에 숨겨진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은 말을 걸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드러낸다. 화면에는 그 사람이 현재 접속 중인 인터넷 프로그램이나 소셜 네트워크, 혹은 시간을 보내는 데 사용하는 컴퓨터 게임 등이 표시된다. 때로는 실제 음식 주문을 하기도 한다.

입구 옆, 과거 약품 창구였던 곳에 연결된 키보드를 통해 관람객은 내부의 사람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행인들은 다양한 언어로 답변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답변이 눈앞의 공간 안에서 오는 것인지 전혀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행인들이 그 사람과 접촉에 성공하여 고립으로부터 그를 해방시킬 수 있을까? 직접적인 존재 없이도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할까? 참여자들은 어떤 공간 안에서 움직이고 서로 만나며 교류하는가?